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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가 '최고의 CRO'라 할 때까지… 우정바이오는 '변신 중'
게시일 2024.07.29
조회1811

정보영 우정바이오 사업개발본부장 / 사진=박성수 기자

 

- 효능평가·브리딩·분석사업 강화할 것…올해 바이오사업부 흑자 목표 

 

챗지피티(Chat GPT)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비임상 CRO가 어디지?" 그러자 챗지피티가 답했다. "바이오톡스텍, 노터스, 크로엔입니다." 흠, 이거 이상하다. 얼마 전 2023년 매출을 기준으로 조사했을 땐, 분명 우정바이오가 가장 앞서 있었는데 말이다.

 

386억원. 작년 기준 우정바이오의 매출 규모다. 타 유관 산업군 대비 약세라는 비임상 CRO 업계에서도 꽤나, 그리고 가장 선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지피티는 반복된 질문에도 끝끝내 우정바이오를 언급하지 않았다. 챗지피티도 별 수 없구만,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우정바이오가 매출액은 가장 큰데, 왜 최고의 비임상 CRO를 물었을 땐 제외한 거야?"

 

챗지피티가 답했다. "정보 접근성, 시장 인식, 사업 영역에 있어 더 잘 알려졌거나 보편적인 곳들을 추려냈습니다." 답을 듣고 나니 머릿속은 더 묘연해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정바이오는 홍보도 덜 되고 있었고, 시장에서도 덜 알려졌고, 덜 보편적인 비임상 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386억원이란 숫자와 함께 놓고 보자니, 그 대비가 영 모순적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타 업체와 달리, 우정바이오는 4주 GLP 독성실험 패키지(IND-enabling 4-Week Toxicity Study)나 동물효능평가를 주 매출원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E&C(Equipment and Constructionㆍ장비 및 건설) 사업이 몸통 역할을 맡는다 한다. 그럼 우정바이오는 실제 비임상 실험사업의 규모를 키울 계획이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떻게 키울 것인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이런저런 물음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데, 마침 우정바이오에 신임 사업개발본부장이 취임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미 안면이 있던 휴믹 전 사업총괄 대표, 정보영 본부장이다. 이거다, 싶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비임상 CRO 사업개발 전문가가 우정바이오에 합류한다는 건, 분명 사업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알리는 징조다. 서둘러 화성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에게 물어볼 것들이 많다.


우정바이오는 높은 매출에 비해 대외 노출도가 적은 편입니다.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돌아보니 비임상 효능평가 혹은 GLP 독성실험 패키지를 제공하는 CRO를 추릴 때 우정바이오가 언급되는 일이 적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정바이오는 기본적으로 CRO이지만, 효능평가센터로는 영향력이 약한 편이에요. (제가 사업개발본부장으로 부임하면서) 비임상 CRO 성격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하려 하는데, 그 기본의 기본이 효능평가센터의 역량을 키우는 겁니다.

제가 합류하기 전에는 효능평가센터에 센터장 자리가 공석이었어요. 여태 책임연구원 급에서 그 역할을 대행하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역할을 겸임하면서 팀을 확장시켰어요."

확장된 효능평가센터 산하 팀은 어떻게 구성됐죠?

"항암, 뇌질환, 인비트로(in vitroㆍ시험관 내 실험) 팀입니다. 앞서 우정바이오의 효능평가 사업의 인지도가 다소 약했다고 했지만, 기존에 있었던 뇌질환 효능평가 팀은 잘 알려진 편이에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동물 행동평가 실험이랑 루게릭병 동물질환모델을 제공했거든요. 이미 그 평이 좋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특화를 시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항암 효능평가는 (비임상 CRO라면) 반드시 해야 해요. 굉장히 많은 회사가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데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안 할 수가 없는 사업입니다. 우선 팀장급 박사 2명을 충원시키면서 팀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럼 효능평가가 우정바이오의 주력 수익 파이프라인이 되는 걸까요?

"효능평가로만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인력 대비 매출의 최대치가 명당 2억 정도라 봐야 합니다. 이건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사업인 거죠.

효능평가 사업을 하려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동물 모델이 있어야 해요.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비싼 모델이 인간화 마우스이긴 하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 비슷한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업체들이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보면 가격 경쟁이 일어나게 돼요. 거기서 살아남는 건 규모의 경제를 이룩했거나 다른 사업 수단을 마련한 CRO가 될 겁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다른 사업 수단을 마련하는 게 우정바이오의 미래라는 이야기군요.

"그렇죠. 우선 효능평가는 비임상 CRO 사업의 기본이니, 기본기를 먼저 닦아 (효능평가 사업을) 올해 흑자를 내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우정바이오 건물 지하에 동물실험실이 있어요. 이 공간이 사육장 역할까지 하는데요. 여기서 동물 브리딩(Breedingㆍ번식 및 분양)을 하고 있어요. 원하는 주령(주 단위로 세는 마우스의 나이를 뜻함), 원하는 마릿수, 혹은 원하는 TG(Transgenicㆍ형질전환) 모델을 맞춰서 제공해요. 국내에서 이걸 할 수 있는 CRO가 우정바이오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약물분석센터의 기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동물을 번식시켜서 분양하고 효능평가를 했다면 분석을 해야죠. 결국 임상에 진입하기 위한 비임상 단계의 준비과정을 우정바이오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럼 신설 혹은 강화하려는 사업부는 크게 3개입니다. 효능평가 사업, 브리딩 사업, 약물분석 사업이네요. 하나씩 자세히 여쭙겠습니다. 효능평가 사업에서 최우선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는 역량이 항암 분야라 하셨죠.

"항암 효능평가에 쓰이는 마우스 모델이 세 가지입니다. 신제닉(Syngenicㆍ동종이식), 제노그래프트(Xenograftㆍ이종이식), 인간화 마우스요. 우정바이오는 신제닉과 제노그래프트 모델을 기본적으로 잘 해요. 다만 인간화 마우스 기술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은 아예 협력사를 찾아내서 맡기는 방향으로 갑니다."

우정바이오의 동물실 전경

 

 

신제닉, 제노그래프트, 인간화 마우스를 함께 셋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의 기본적인 니즈 때문이죠. 더 쉽고 싼 실험부터 시작해서 더 어렵고 비싼 실험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효율적이거든요.

 

신제닉 모델은 마우스에다 마우스의 세포주를 심는 걸 말해요. 임상에서의 재현률은 최대 7% 가량이지만 가격이 저렴해요. 그래서 여러 항암 후보물질을 스크리닝하거나, 단일 후보물질을 여러 번 실험해 볼 때 신제닉 모델을 씁니다.

 

신제닉 모델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후보물질은 제노그래프트 모델로 넘어갑니다. 면역 억제된 마우스에 인간의 세포주를 넣는 겁니다. 신제닉 모델에 비해 더 비싸지만 임상 재현률이 더 높겠죠.

 

그리고 제노그래프트 모델에서 효력을 보인 후보물질은 인간화 마우스에서 실험해 보게 돼요. PBMC(Peripheral Blood Mononuclear Cellsㆍ외주혈 단핵세포) 모델과 HSC(Hematopoietic Stem Cellㆍ조혈모세포) 모델로 나뉘는데요. PBMC는 비교적 짧은 실험기간 내 T 세포 관련 반응을 보기 유리하고, HSC는 긴 실험기간 동안 T세포ㆍB세포ㆍNK세포 등 여러 면역세포의 반응을 보기 좋아요. 인간화 마우스의 경우 임상 재현률은 20%까지 올라갑니다."

 

PBMC, HSC 인간화 마우스를 준비하셨다면 결국 면역항암제 비임상 실험에 포커스를 뒀다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요?

 

"인간화 마우스를 통해선 면역항암제 시장에 집중한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까지가 효능평가센터의 이야입니다. 이어서 약물분석센터의 ADME(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Excretionㆍ흡수, 분포, 대사, 배설) 분석 기능을 강화시키고, 기존 SPR(Surface Plasmon Resonance) 분석 기능을 통해 항체신약과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 시장에도 대응하려 해요."

 

ADME 분석과 SPR 분석이 가져가는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임상에서 예기치 못한 독성 이슈로 개발을 중단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ADME 분석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비임상 실험에서 기본적으로 PK(Pharmacokineticsㆍ약동ㆍ혈중 약물농도의 변화를 보는 실험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임)를 보지만, 이것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약물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독성을 예측해야 하는데, ADME 분석이 그래서 필요한 거죠.

 

SPR 분석은 항체 기반 신약 스크리닝에 흔히 쓰입니다. 항체신약이나 ADC 신약이 의도한 타깃에 가서 붙는지 확인하는 용도라 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지금도 ADC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에서 분석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기도 하죠. 일단 가격대가 저렴하고 분석 자체도 잘 하니까요."

 

ADME 분석은 글로벌 CRO들이 많이 서비스하고 있는 항목인데, 우정바이오가 찌르고 들어가는 언멧니즈(Unmet Needsㆍ미충족 수요)가 정확히 뭘까요? SPR 분석 쪽은 수익성이 괜찮은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DME 분석은 글로벌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인 영역입니다. 글로벌 CRO들이 서비스하는 것을 보면, 사실 ADME에서 기술력의 차이는 크게 없어요. 이건 ADME를 떠나 CRO의 기술력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결국 CRO의 경쟁력은 빠르고, 정확하고, 저렴한 서비스에서 오는 것이죠. 남들은 한 번 분석해주는 가격에 우리는 두 번 해주고, 정확하게 보고서를 만들어서 빠르게 임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리포팅(Reporting)하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말했던 2명의 신임 팀장급 박사 연구원들을 뽑을 때, 비임상 프로젝트를 임상에 올려 본 사람들로 추린 이유가 이것입니다.

 

SPR 분석은 워낙 광범위한 확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니, 턴키(Turn-key) 계약을 한 업체들도 있어요. 그런데 약물 분석 계약 자체는 건 당 가격이 그리 높지가 않아요. 한 건에 수백만원 정도거든요. 또 인력이 비교적 많이 투입되기도 하고요. 약물분석센터의 실력과 상관없이, 폭발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영역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장 마진율이 좋고, 우정바이오가 국내에서 독보적인 입지로 실행할 수 있는 사업이 동물 브리딩 사업이라는 결론이 나게 돼요."

 

 

우정바이오 분석실 내 비치된 NMR 장비의 모습

 

여태까진 우정바이오가 가져갈 3개 사업모델 중 효력평가사업과 약물분석사업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브리딩 사업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알기론 브리딩 서비스가 아예 없었다기보단, 해외업체에서 드문드문 제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무엇이었나요?

 

"일단 TG 마우스를 생산해서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적어요. 생산도 어렵고 공급도 어렵거든요. 우정바이오는 어떤 모체를 줘도 타깃 제노타입(Genotypeㆍ유전형)을 맞추는 기술이 이미 있고, 원하는 주령과 원하는 수량을 모두 맞춰서 공급합니다.

 

실제 반례를 들자면, 해외에서 동물을 주문하면 원하는 날짜, 주령, 수량에 맞춰서 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늦게 도착하거나, 주령을 넘겨서 오거나, 주문한 마릿수보다 적게 오는 거죠. 가령 마우스가 새끼를 몇 마리 덜 낳았거나 죽었다면 그냥 그대로 보내는 겁니다. 책임은 안 지죠.

 

이런 문제는 바이오텍에 있어 심각한 이슈로 비화됩니다. 신약개발에 있어 타임라인이 정해져 있는데, 원하는 실험을 원하는 시간에 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앞서 브리딩 사업을 우정바이오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브리딩 사업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워요.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자체 동물실험을 진행할 때 관리가 잘 된 동물이 필요해요. 기본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에서, 동일한 조건 하에 사육된 개체들을 써야 일관된 실험 결과가 나와요.

 

그런 동물 개체를 키우려면 결국은 자체 공간과 시설이 필요해요. 그 시설도 오염을 차단한 상태로 인력의 케어를 받아야 하죠. 여기서 사업의 허들이 발생합니다. 자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첫번째고, 시설과 인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두번째죠. 두 허들을 모두 감당 가능한 곳이 우정바이오라는 뜻으로 이야기한 겁니다."

 

종합하자면 우정바이오는 임상 진입을 위한 전임상 전주기를 커버하는 사업을 꾸리려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려는 거죠. 항암과 뇌질환 영역으로 개발 의뢰가 들어왔을 때, 가장 처음 단계부터 진행할 수 있어요. 마우스부터 번식시켜서 주령과 수량을 맞추고, 타깃하는 질환을 모사하는 모델을 셋업하고요. 항암이라면 신제닉-제노그래프트-인간화 마우스를, 뇌질환이라면 TG 마우스를 만들어 주겠죠.

 

그럼 고객사가 직접 우정바이오로 와서 실험을 해도 되고, 저희가 대신 실험을 해 줄 수도 있어요. 실험이 끝나면 약물분석센터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리포트 작성까지 끝내서 임상 진입 준비를 마치는 겁니다."

 

오늘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니. 우정바이오엔 기본적인 시스템은 깔려 있었고, 그 시스템을 활용해서 구체화된 사업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시기에 본부장님이 합류한 거네요. 앞으로 구상하는 바를 말씀해 주세요.

 

"알려졌듯 우정바이오는 E&C 사업부에서 높은 매출과 흑자를 내왔어요. 동물실험에 필요한 시설의 건축과 장비 판매를 주로 해왔던 것이죠. 그 후 만들어진 바이오 사업본부에선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 방향성과 매출화 전략은 다소 모호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여태 E&C 사업부의 자금력을 바이오 사업본부로 수혈시켜 왔다면, 이제 저희 목표는 바이오 사업본부를 흑자 전환시키는 겁니다. 이 본부에 여태 말씀드린 효능평가센터, 실험동물센터, 약물분석센터가 있어요. 올해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우정바이오가 준비해놓은 판에 사업개발 역량을 틔워서 달려나가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