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문

[자유기고] 코로나 19 완치자 혈장 긴급사용권한과 백신에 대한 불편한 전망
게시일 2020.09.01
조회493

[자유기고]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긴급사용권한과 백신에 대한 불편한 전망  

 

[자유기고, 제11호] 조양래 박사 

 

 

2020년 8월 23일 일요일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치유된 환자의 혈장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하였다. 세부적으로 분별하여 말하면 아직 임상검사를 거치지 않은 약물을 특별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권한(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부여하였다. 이 권한을 부여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치료약을 허가하는 것과 다르다. 긴급사용권한을 받기위한 절차, 신청에 사용된 데이터, FDA 발표의 내용과 의미, 미국내 정치적 의도, 혈장치료의 불똥이 백신으로 튀는 이유 및 앞으로 백신에 미치게 될 영향을 정리하였다.

 

 

긴급사용권한(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받기 위한 절차

인류는 끊임없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상황과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위협의 한 종류이며 이미 지난 7개월 동안 70만명 이상이 생명을 잃었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고 안전하게 보급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권한(이하 “사용권한”)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설비하여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과 같은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치료제 개발자는 치료약의 효능에 대하여 증명하는 내용과 증거를 조금이라도 보여주면서 신청을 해야 한다. 람데시비르(ramdesivir)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최초로 조건부로 허가된 약물이었으며 혈장이 두번째 예가 되었다. 치료제가 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용 키트도 이 과정을 거처 사용권한을 부여 받았다. 이 권한을 획득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약물의 판매를 허가를 받은 것과 다르다. 사용권한을 받기위해 효능을 시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그러므로 아직도 내재적인 위험 및 효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태이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만 개별적으로 다시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절실히 필요한 백신도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계속되면 긴급사용권한을 먼저 부여하여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권한을 받으려면 전형적인 임상시험은 할 필요가 없으며 안전성과 약효성을 어느 정도 증명하면 된다. 보통 임상시험 2상에서 이런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FDA는 완벽하게 디자인하여 실행한 임상시험결과 분석 대신 “전체적으로 보아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며 효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심사한다.

 

 

FDA에 제출한 데이터

현재까지 7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혈장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그 중에서 2만명에 대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메이요클리닉 (Mayo Clinic)이 FDA에 제출한 혈장의 치료 효능에 대한 증거자료는 일반적인 임상시험 결과와 다르다. 일반적인 임상시험에서는 반드시 치료약을 투여 받은 환자군과 위약을 투여 받은 환자군 사이에 안전성과 치료효과의 차이를 비교한다.

 

이번에 제출한 데이터는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진단 받은 후 3일 이내에 혈장을 받은 집단과 4일 이후에 혈장을 투여 받은 환자군 사이에 사망률을 비교하였다. 3일이 지나기 전에 혈장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8.5%인데 4일 이후에 치료받으면 11.9%로 사망확률이 높아졌다. 이 데이터를 재해석하여 3일전에 치료를 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35% 감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데이터를 이용하여 치료 효능을 정량화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 혈장이 치료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려면 혈장을 투여 받은 환자들이 위약을 투여 받은 사람들에 비교해 보았을 때 사망할 확률이 얼마나 낮아 졌는지 비교해야 하는데 그런 비교를 하지 않았으므로 결론을 낼 수 없다. 혈장으로 치료 받지 않았을 때의 사망률과 치료를 받았을 때의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혈장치료를 했을 때 사망률이 낮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론적인 결론을 임상시험 결과로 제출할 수는 없다. 

 

 

발표된 내용 및 의미

(출처: 미국 FDA에서 출간한 Recommendations for Investigational COVID-19 Convalescent Plasma) 

아직 FDA는 치유된 환자의 혈장을 전형적인 치료약으로 허가하지 않았으므로 혈장을 연구약품으로 취급하며 규제한다. 혈장을 치료에 사용하려는 의사는 세가지 방법 중에서 편리한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1) FDA에 IND를 신청하여 임상시험에 참가하면 된다. 신청 즉시 승인여부를 결정하여 준다. 2) 무작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을 만큼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려면 혈장을 사용하는 확장된 접근(expanded access)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FDA의 허가를 받은 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응급환자치료 시설에서 이미 허가 받은 IND 프로토콜을 통하여 혈장을 사용할 수 있다 3) 대형병원이 아닌 시설에 입원한 환자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는 단일 환자를 위한 응급 IND신청을 통하여 허가 받을 수 있다. 담당 의사가 FDA에서 서류를 다운받아서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아침 8시에서 오후 8시까지 신청한 경우에는 신청 후 4시간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혈장치료를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며, 2) 심각하게 생명이 위험하며, 3)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외에도 혈장을 채치하는 방법, 혈장 표기법, 기록보관 등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2003년에 SARS-CoV-1 에피데믹, 2009-2010년에 H1N1 인플루엔자, 2012년에 MERS 에피데믹 때에도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2020년 8월에 발표한 내용과 비슷하게 허가했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중에서 생명이 위태로운 위급한 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혈장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방법을 세 가지 지정하였다.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반영한 발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하루 전에 FDA에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발표를 하였으며,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 사실을 발표할 때 FDA 수장이 배석했다. 트럼프대통령 측에서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치료제를 허가하도록 했다’ 혹은 ‘코로나판데믹과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혁신을 이루어 냈으며 많은 생명을 살릴 매우 강력한 치료법을 허가하도록 하였다’고 발표하며 캠페인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발표가 있기 전인 금요일까지FDA의 일부 고위관료들 사이에서 정치권과 달리 혈장을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허가를 할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나돌았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 냉소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보도들도 몇 번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데이터를 보면 허용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이 주류인 것처럼 보도하는 곳도 있다. 세계 보건 기구의 관리도 혈장의 효능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혈장치료를 허가하도록 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전에 말라리아 치료제 하드록시퀴논이 치료효과, 식물 추출물이나 라이솔과 같은(Lysol-type) 세정제의 예방 효능에 대한 주장을 했는데 임상시험결과 효능이 거의 없다고 판명된 사실이 있다. 이번에는 ‘치료자 혈장이 사망률을 35% 낮춘다’고 발표한 내용도 과학적 사실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아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완치자의 혈장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며 일부환자들에게 병을 앓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고 발표하였다. 그 뿐 아니라 현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치료 효능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높다는 점과, 치료하도록 허가된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표시했다. 혈장은 수혈하는 것과 같이 알레르기 반응, 수혈과 관련된 순환계 문제, 폐손상 및 수혈에 따른 감염 등 위험부담도 있다는 점도 밝혔다.

 

FDA는 과학적이며 교과서적인 내용을 발표했는데, 같은 사실을 인용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허가한 공로와 뛰어난 치료효과를 더 강조했다. 최근에 임명되어 정치적 경험이 많지 않은 FDA 수장은 발표할 때 배석하여, 암묵적으로 완치자 혈장은 치료 효능이 높으며 판매허가를 받은 약물과 같다는 인상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듯한 오류를 범했다. FDA 수장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여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한다.

 

 

혈장치료의 불똥이 백신으로 튀는 이유: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허가는 결정된 수순?

혈장치료제에 대한 발표 후 상당히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발표한 태도가 너무나 정치적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FDA 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체스게임에 말로 사용되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교과서적으로 결정하는 FDA의 신뢰에 큰 흠집을 냈다고 생각한다.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권한 결정도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우려할 만한 이유들이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허가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 중에 앞으로 4개월 혹은 그 보다 빨리 백신을 허가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발표하였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때 FDA에 선택의 여지가 얼마나 남아 있으며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교과서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둘째, 미국행정부를 대변하는 두 명의 저자들은8월 26일에 의학전문잡지(New England J. of Medicine, DOI: 10.1056/NEJMp2027405)에 백신개발에 대한 전망을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안전성, 효능 및 백신의 품질을 보장하면서 백신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 과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는 개발사들에게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FDA승인을 얻는 대로 수천만 도스를 매입할 것이다. 이 승인에는 긴급사용권한 부여도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2021년 1월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결정과 지원으로 이룩한 성과들을 보면 전례가 없는 노력 덕분에 우리가 성공할 것으로 낙관한다.

 

셋째, 10월 22일에 FDA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모임 날짜를 잡아 놓았으며, 행정부에서는10월에 놀랄 사건을 설정해 놓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FDA 수장은 자문위원회에서 백신개발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토의하며 위원회의 결정이나 추천대로 결정을 내릴 의무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면에는 그들의 추천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자문위원회가 열리는 날짜는 11월 3일에 치루어 질 대통령 선거일 12일 전이며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넷째, 선두주자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 진전에 대한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발표하고 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 3상에 참여하는 사람을 9월 중에 3만명을 채울 것이라고 한다. 모더나도 취약계층인 56-70세 및 71세 이상 노인들에게 중화항체 생성과 T-세포 활성이 젊은 사람들과 똑 같이 나타난다고 최근에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는 자문위원회 모임에서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섯째, 미국행정부에서 3상결과가 나오기 전에 응급사용권권한 부여에 대한 소문을 흘리면서 여론의 반응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런 논의를 행정부에서 했다는 주장과 하지 않았다는 부정이 동시에 여론을 통해서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임상시험결과에 특별한 부작용이 없으며 50%이상 효능이 증명되면 선거이전에 최소한 1가지 혹은 3가지 정도까지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권한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정계와 회사의 명성과 이익을 추구하는 제약회사들이 공동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 의학 그리고 대중: 대중은 급하게 승인된 백신을 어떻게 받아 들일까?

지금까지 대중은 FDA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며 지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의약품을 승인해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FDA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혈액치료긴급사용권 부여과정에서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최소한 미국과 유럽 전문가들 중에 50% 이상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고 한다(Endpointsnews, How do you view the FDA's decision to issue an emergency use authorization for convalescent plasma as a treatment for Covid-19?).

 

이전에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외에는 일반적으로 백신의 효용을 믿고 접종 받던 사람들 중에서 성급하게 허가된 백신을 신뢰하지 않아서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백신제조사와 상관없이 이번에 FDA에서 허가한 혈장치료제 때문에 허가될 백신도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FDA전문가들에게 미치는 정치적 압력이 지금까지 백신개발 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했지만 긴 안목으로 보아 효능이 우수한 백신에 대하여도 대중이 의심하고 기피하게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좋은 백신이라도 FDA승인만으로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일반인들을 위하여 전문가들의 중립적인 분석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규환자수가 다시 증가하는 시점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감염상황이 퇴보한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 모두 코로나19가 너무 퍼지지 않도록 같이 조심하기를 바란다.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신규 감염자들이 늘어날 위험에 대비하여 혈장치료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 좋겠다. 효능이 높은 백신에 대하여 올해안에 긴급사용권 부여되어 전문인들과 취약자들에게 사용되고, 접종 받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는 안전성이 증명된 백신들이 내년 전반기에 허가되어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 바란다.

 

우리모두 가족과 이웃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매일 조심하며, 많은 사람들이 일선에서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는 의료종사자들과 방역에 노력하는 분들의 헌신을 기억하자.

 

 

*한국바이오협회는 2019년 6월부터 협회 홈페이지에 '자유기고'란을 개설합니다.

자유로운 형태의 기고를 투고하여주시면 바이오협회 회원사 및 관계자들에게 투고내용이 공유됩니다.

주제는 바이오산업 - 현황, 규제, 이슈 등 과 관련된 주제로, 반드시 작성자와 소속을 기입하여주십시오.

(투고제출 및 문의: koreabio9@koreabio.org - 한국바이오협회 미래성장부문 031-628-0034,0035) 


*외부 기고는 협회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