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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뱅크힐링,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력 세계 정상···신약 개발 자신있다”
게시일 2024.10.02
조회730

이동호 ㈜바이오뱅크힐링 대표(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대변이식액 시장 2조7000억···빠르게 성장 중

- 국내 대학병원 30여 곳서 사용, 90% 효과 입증

- 파킨슨·대장암·천식 등 11종 선도미생물 발굴도

 

우리 몸 안에는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장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얘기다. 인체 세포 수 30조 개보다 많은 40조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이들의 유전자 수는 500만 개로 사람유전자 2만5000개의 200배에 이른다. 난치성 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비만이나 대사성증후군, 암과 자가면역질환, 여기에 ADHD, 파키슨, 치매 같은 중추신경질환과의 관련성도 제기된다.

 

“2010년대 들어 해외학회를 나가보면 해당 세미나실은 시간도 되기 전에 꽉 차요. 서구 의학계에선 마이크로바이옴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견한 것이지요.” 바이오뱅크힐링 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회사 창업을 서둘렀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16년 10월, 세계에서 두 번째, 그리고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대변은행(Stool Bank)을 열었다. 싱가포르 아밀리(Amili)사는 2019년, 일본 메타젠 테라퓨틱스(Metagen Therapeutics)사도 2020년 사업을 시작했으니 보기 드문 빠른 행보였다.

 

“처음에는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국내에 대변은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은행이 있어야 건강인의 미생물로 구성된 대변미생물이식액(FMT)을 만들어 환자들을 치료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을 찾아 신약으로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가장 처음 설립된 대변은행인 오픈바이옴(OpenBiome)도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이거든요.”

 

 

 

대변은행에 보관돼 있는 대변미생물이식액

마이크로바이옴은 99%가 장내에 산다. 이들 중 10%가 변을 통해 배설된다. 따라서 분변은 인체 폐기물이 아닌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황금덩어리’인 셈.

“우리가 난치로 여기는 많은 질환이 장내 미생물의 교란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들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대장에 이식하니 치료가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이후 임상에서 신의료기술로 등재돼 환자를 치료하게 됐죠.”

이후 서구에선 수많은 투자가 이뤄지면서 사업화의 급물살을 탄다. 2010년 설립한 미국의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경우, 그동안 9차례 투자를 받아 지난해 4월 기준 약 6500억 원을 유치했을 정도. 아시아권에서도 메타젠은 시리즈A로 105억 원을, 아밀리 역시 두 차례의 시리즈A로 138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바이오뱅크힐링 역시 46억 원의 투자를 받아 연구와 사업 모두 탄탄한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이나 수성자산운용 같은 기관투자와 보령제약, 미국 MIT에서 스핀 오프된 오렐리아(Aurelia)의 해외 펀드도 포함돼 있다.

현재 임상에서 대변 마이크로바이옴 이식술(FMT)을 통해 가장 많이 치료하고 있는 질환은 CDI(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다. 시디피실 감염증은 항생제 사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서 흔히 나타나는 장질환이다. 복부 통증과 설사, 장 괴사로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0만 명, 국내에선 3만5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균의 증가와 고령화로 CDI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항생제로 장속 유익균이 사멸하면 항생제 내성이 있는 유해균이 장을 지배하게 되어 장염이 발생합니다. 이때 항생제를 계속 쓰면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합니다. 마치 남아 있는 잔디들(유익균들)도 사라지는 셈이지요. 이럴 때 흙에 잔디를 다시 심어주듯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유익균을 대장에 심어주게 됩니다.” 대변이식술 치료에 사용되는 대변이식액에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강력한 유해균을 사멸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유익균이 1023종 이상 담겨있다. 이들을 한꺼번에 투입해 장내 세균총의 10% 이상을 바꿔놓는다는 것.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HIP) 4층에 자리잡은 대변은행엔 섭씨 영하80도의 저장고에 얼린 이식액이 40~50개 저장돼 있다. 건강한 사람이 제공한 분변을 복잡한 공정과정을 거쳐 미생물만 추출한 것이다.

“창업 시점에는 수작업으로 고형물을 걸러내 이식액을 만들기까지 4시간 이상 걸렸지만 지금은 반자동화돼 20분이면 가능해요. 미세한 필터를 통해 미생물만 여과시킨 연한 빛깔의 맑은 물인데 하나는 액상으로, 또 하나는 분말로 만들어 캡슐화합니다.”

대변 기증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선정한다. 완벽에 가까운 건강한 식사와 운동, 생활습관을 유지해야하기 때문. 건강진단은 물론 임상에서 변의 색깔이나 모양으로 분변의 건강을 파악하는 ‘브리스톨 스툴차트(대변도표)’를 통과해야 하고, 1회용(250㎖) 이식액을 만들기에 부족한 100g 이하의 분변양도 탈락이다. 기증자 합격률은 3% 수준.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을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우스개 얘기도 있다. 

생물학적 제형이라 물류과정과 물류비 또한 만만치 않다. “제주도에 항공편으로 이식액을 보내려면 장기이식용으로 취급돼 두 사람 좌석을 끊어야 해요. 여기에 냉동박스 포장을 하다보니 물류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의 경우 1회용 이식액의 가격은 226만원이다. 이에 비해 바이오뱅크힐링 이식액 가격은 80만원선. 

게다가 미국 제약사인 페링사(Ferring)사가 만든 이식액 리바이오타는 2022년 11월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뒤 9487달러(약 1300만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약 200억 원. 당국의 신약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15배 이상의 고수익을 얻고 있다.

이 교수는 “저희 대변은행은 세계 수준의 첨단제조기술과 자체 대량생산 공정을 갖추고 있어 이식액 품질이 외국 제품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뱅크힐링의 대변이식액을 사용하는 곳은 주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30여 곳. 2016년 이후 몇 년간 분당서울대병원에 한정됐던 수요가 2023년 이후 대변이식술(신의료기술)로 난치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면서 매출액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대변이식액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조7000억원. 최근 아시아권에서 대변이식술이 신의료기술로 허가 받으면서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개화 단계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우선 치료율과 안전성이 큰 무기다. 실제 자체 대변은행의 CDI 임상 300건을 분석해보면 90% 이상이 완치됐다. 여기에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이나 염증성장질환, 심지어 중추신경계질환, 치료효과가 20% 이하인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변이식술(FMT)을 이용해 치료하는 질환이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 미래 FMT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미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40명에게 대변이식액을 투여한 임상연구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인하대학교병원에서 진행 중인 자폐증 환자의 임상결과도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우리와 견줄 미국의 Top10 회사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나는 우리처럼 대변은행을 통해 제조된 대변이식액(FMT)으로 치료하는 겁니다. 아마 앞으로 10년 정도는 그렇게 갈 것 같아요. 

한편으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며 향후 차세대 치료제 물질로 기대되는 장내 미생물은 ‘절대 혐기성’ 균주입니다. 실험실에서 연구는커녕 배양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는 “이런 장내미생물을 찾아 기능을 밝히고,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한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만들기 위해 세계 바이오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뱅크힐링의 기술경쟁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이 교수는 CDI에 FMT만큼이나 효능이 있는 절대 혐기성균 8종을 찾아내 경구용 캡슐로 만들었다.

“제품을 쥐에 투입해 유효성 평가를 했더니 생존율이나 체중감소율 등에서 이식액과 대등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8종의 세균만 별도로 키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죠.”

이 같은 신약의 탄생은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한다. 실제 경구용 CDI치료제 보우스트(VOWST)를 개발한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회사 가치가 1조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6월 이후 반년 만에 270억 원어치를 팔았고, 올해 들어선 분기마다 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바이오뱅크힐링은 현재 리바이오타(Rebyota)와 보우스트 같은 제형을 모두 개발 완료했다. 보우스트의 경우 액상이지만 바이오뱅크힐링 제품은 파우더(동결건조) 제형이라 안정성과 장거리 물류에 더욱 유리하다.

회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이다. 장내 미생물의 DNA 및 RNA 서열을 빠르고 대량으로 분석, 장내에 서식하는 다양한 미생물의 종류와 기능을 알아낸다. NGS를 이용하면 분변 샘플만으로도 체외배양 없이 절대 혐기성균의 유전체를 분석 및 해석할 수 있다. 10년 전부터 생명과학계의 핫 토픽이 되고 있는 이유다.

“저희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회사 내에 임상기반의 NGS팀을 구축했습니다. 아웃소싱을 줄 수도 있지만 임상 데이터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고가장비와 인력을 갖췄습니다.”

NGS팀의 성과는 놀랍다. 장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미생물을 포함해 천식 등 알레르기질환,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위암 및 대장암, 간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11가지 선도미생물을 발굴해 유효성 평가에 들어갔다. 다만 바이오연구를 위한 국내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현재 FMT와 혐기성 세균 모두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합니다. 유익균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독성과 함께 대량생산 공정개발을 통해 기술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신약개발은 어느 회사 하나만 특출하게 잘해서는 연구에 속도를 내기 어렵습니다. 모든 연구팀들이 하나가 돼야 하는 거죠.”

회사는 현재 굵직한 국책과제들을 수행 중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 개발(과기부)과 식이 및 프리바이오틱스 활용 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식약처) 외에도 복지부와 중기부 등에서 모두 100억 원에 가까운 연구과제를 수탁 받았다.

이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병용요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여러 대학병원에서 임상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온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이 직접 암세포를 죽인다는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지만 적어도 병용요법으로는 효과와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대변이식액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변은행을 확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항상 공급능력과 유통 스케일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GMP시설 설립이후 대변은행을 본사와 분리해 별도 건물을 구축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기증자를 30명까지 늘리면 새로운 질환 연구와 함께 현재 시점의 전국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 미국 페링사의 일본과 싱가포르 지사장들이 회사를 방문했다. 연구현황을 살펴보고 실험실을 보여달라는 요구까지 했단다. 한국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

바이오 중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이제 막 꽃이 피는 새로운 마켓이다. 이 시장만큼은 해외에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 이 교수의 바람이다.

“기술 시장은 마치 올림픽과 같아요.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회사와 저의 사명과 비전을 위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만큼은 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수입하지 않고, 우리가 역으로 수출해야 하지 않겠어요. 저희는 자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