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제23회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대상을 수상하며...
게시일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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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대상을 수상하며...

 

                                                  2021. 6.11. 

                                                                                                      수상자: 서울대 분당병원 석좌교수 서정선

 

 

안녕하십니까. 

서울대 분당병원 석좌교수로 있는 최연소 수상자 서정선입니다. 

 

서울대 동문들이 주는 의미있는 관악대상을 주신 총동창회 이희범 회장님과 

서울대 오세정 총장님 그리고 문용린 심사위원장님을 비롯한 열세분의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추천해준 서울의대 신찬수 학장께도 감사드립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저의 칠순 생일인데 이런 큰 상까지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51년 전, 1970년에 문리대 의예과에 입학하였습니다. 

봄이면 대학천 양옆으로 샛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1976년 의대를 졸업하고 1980년 생화학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군병원에서 3년간 근무하여 해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83년에 교수로 임용되어 2017년 정년을 하였습니다. 

미국 럭펠러대학에서 보낸 2년과 국방부 서울지구병원 3년을 제외한 46년을 서울대에서 보낸 셈입니다. 

 

가끔 나는 왜 임상의학을 마다하고 기초의학을 선택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중에는 선친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선친께서는 기생충학자로서 서울의대에서 30여년간 기초의학자로서의 외길을 걸으셨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좀 오기를 부린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오기인 것이지요. 그러나 90년대까지 연구비 부족 등 이유로 

제 자신 오기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기도 했습니다.

 

60년대를 풍미한 소설로 최인훈의 광장이 있습니다. ‘광장‘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많은 풍문이 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사는 것은 슬픈 일이다.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우리는 그곳에서 운명을 만난다. 

우리는 그곳을 광장이라고 한다.”

 

70년대 후반에 내가 들은 풍문은 ‘DNA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났고 

최인훈 작가의 말대로 이 여정 중에서 나의 모든 인연과 운명을 만나게 된 셈입니다. 

 

나의 은사이신 일천 이기영 교수님께서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서 

1955년 미생물DNA로 박사를 받으시고 귀국해서 서울의대 생화학교실에서 DNA연구를 시작하셨습니다. 

나는 1976년 이 교수님 실험실에 마지막 제자로 입문해서 2009년 북방계 아시아인 게놈을 분석하여 첫 번째 Nature 논문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논문은 2011년 인간게놈계획 10주년 기념으로 네이처지가 선정한 37편의 게놈연구의 중요논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milestone paper로 선정된 것이지요.

서울의대 역사상 처음으로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 두 번째 네이처 논문을 출판하였습니다. 

북방계 아시아인 표준게놈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신생 조립방법으로 만든 최초의 인종별 표준게놈입니다. 

네이처지는 논문 출간일에 press release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게놈’이라는 평가를 해 주었습니다. 

2019년 퇴임 후 서울대분당병원소속으로 세 번째 네이처논문을 출판하였습니다. 

이 논문은 Nature 겉표지논문으로 선정되는 영광를 누렸습니다. 

최근까지 저는 네이처와 네이처 자매지에 17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일천 이기영 교수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일천 유전체연구소를 창립하고 초대소장으로 20년 동안 재직하였습니다. 

현재는 저의 제자면서 이제는 학문적 동료인 김종일 소장이 이끄는 서울의대 일천연구소는 아시안 게놈 연구의 중요한 교두보가 되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엄청난 파워를 물리치고 서울대가 세계 중요 게놈 연구 거점이 된 것에 기초의학 전공자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1997년 마크로젠이라는 한국의 최초바이오 벤처가 서울의대 일천연구소에서 출범하였습니다. 

당시 매출이 10억도 안되는 회사가 현재 1300억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 현지법인의 매출 합계가 700억 가까이 됩니다. 

 

마크로젠은 이제 Global Company 가 되었습니다. 현재 마크로젠에는 160개국의 18,000명의 고객이 있습니다

마크로젠은 나의 brain child입니다. 머리로 나은 자식이란 뜻입니다.

앞으로 마크로젠은 개인의 DNA 설계도를 분석해서 미래 질병예측을 하기 위한 빅데이터사업을 

통해 인류에게 공헌하고자 합니다.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떠난 길이 운명이 되고 이제 제 나이도 70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실험실을 같이 지켜준 나의 학생들과 포스트 닥터 모든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내와 딸 부부, 손자 모두 6명인데 어린 손자들을 빼고 모두 서울대동문입니다. 

서울대분당병원 진단검사과 조교수인 딸 수현과 서울대본원 성형외과 부교수인 사위 김병준, 손자 민성,현성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41년 동안 저와 동고동락한 제 안사람 은화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