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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제약 바이오 산업, 민간 투자 촉진 정책이 시급하다
게시일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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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바이오 산업, 민간 투자 촉진 정책이 시급하다

 

 

최윤희 선임연구위원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싱가포르에는 노바티스, 로슈, GSK 등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 중 7개가 진출해 있다. 싱가포르 진출한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은 50여개가 넘는다. 10여년 전 아시아 바이오산업 허브에서 시작한 싱가포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 산업 허브로 위상을 견고히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다양한 세제 혜택으로 기업을 유인한 결과다.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 우리나라의 25%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싱가포르 정부는 바이오 산업처럼 기술 파급효과가 큰 산업에 진출하는 해외기업에게는 길게는 15년 동안 면세 및 515% 세율 인하 혜택을 준다. 공장을 건설하거나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해당 금액에 대한 세액 공제, 조세 감면, 전문인력 양성 국비 지원 등의 혜택까지 준다.

 

바이오 기술 혁신,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 고령화 영향으로 제약 바이오 산업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도 바이오 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실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을 보면 미국 정부는 2030년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가 약 30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도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작년 10, 한국 정부는 기술 주권을 지키는데 중요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하나로 첨단 바이오 분야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측면까지 고려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전략 분야가 바이오 산업인 것이다.

 

한국 바이오 산업에 대한 대표적인 정책인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시작된 1994년 이후 2021년까지 27년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생산 규모 연평균 20%, 수출 규모 연평균 22%의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이런 발전은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해 연평균 17%로 확대하여 온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바이오산업 생태계에 참여한 기업들의 혁신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규모의 도약이 필요하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내외에 불과하다. 현재 20조원 수준의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는 5배 이상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민간 투자가 크게 확대되어야 한다.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다각적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연구개발 직접 투자와 같은 기술 공급 정책과 함께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정책과 시장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균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여도, 기업이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수요 시장이 확대되지 않으면 바이오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1월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하다.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와 임시투자세액 공제, 2023년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 공제율 상향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세제 혜택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인 백신 분야, 신성장·원천기술인 항체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파급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혁신적인 바이오기업 및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미국에서 발명되고 개발된 바이오 제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이 대표적이다. 미국 뿐 아니라 OECD 국가 대부분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자국 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 인센티브를 앞다투어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에 비해 글로벌 기업이 거점 설립 시 중요시하는 법인세, 근로소득세, 부가 가치세 등 조세혜택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 또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인센티브의 경우에도, 싱가포르는 세금 감면에 집중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보조금 등 현금지원에 한정돼 있다. 게다가 지방세도 내야 하며 소득세 세율도 싱가포르에 두 배에 달하니, 경쟁력을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이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개정을 통해, 바이오기업의 국내 투자가 크게 활발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을 통해, 국가전략산업인 바이오산업이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윤희 선임연구위원 약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위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바이오경제포럼 위원장 한국바이오경제학회 회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외교부 과학기술외교자문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회 위원 

서울대 공과대학 공업화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생물화공 석사 서울대 대학원 생물화공 박사